세기의 이혼 뒤흔든 주가 폭등, 파기환송심 배팅의 서막
2026년 6월 15일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거대한 규모의 이혼 소송이 다시 한번 요동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파기환송심 2차 조정기일이 결국 조정 불성립으로 끝났다. 2년 2개월 만의 법정 대면에도 양측은 주식 분할 여부와 최근 4배나 폭등한 SK 주식 가액 평가 시점을 두고 첨예하게 맞섰다. 1심의 665억 원과 2심의 1조 3,808억 원의 격차를 넘어, 이제는 조 단위 주가 변동이 만들어낸 법적 쟁점과 향후 전개될 치열한 법정 공방 시나리오를 심층 분석한다.
1. “빨리 끝내고 싶다”던 최태원, 90분 만에 돌아서다
사람 마음이 참 뜻대로 되지 않는다. 최태원 회장은 법원에 들어서며 “조정이 잘 성립돼 빨리 끝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짧은 심경을 털어놓았다. 2017년부터 이어진 9년의 소송전이 피로했을 터다.
노소영 관장은 질문에 입을 닫은 채 묵묵히 걸어 들어갔다. 2024년 4월 항소심 마지막 변론 이후 무려 2년 2개월 만에 성사된 부부의 법정 대면이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서울고법 가사1부는 단 90분 만에 조정 불성립을 선언했다. 합의안 도출을 위한 타협의 선이 전혀 없었다는 뜻이다.
서로를 향한 앙금과 실리 계산으로 법정 안 공기는 무거웠다. 결국 양측은 오는 26일 정식 변론기일부터 다시 칼을 빼 들기로 했다. 합의 이혼이라는 우아한 퇴로는 완전히 닫혔고 법적 다툼의 2라운드가 강제로 개막했다.

2. 특유재산이냐 공동재산이냐, 최태원 노소영 재산분할 평행선
소송의 본질은 늘 똑같다. 최 회장이 가진 주식회사 SK 지분을 분할 대상으로 인정할 것인가다. 최 회장 측 논리는 확고하다. 부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물려받거나 증여받은 돈으로 일군 특유재산이므로 노 관장이 넘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재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도 장기 혼인 생활만으로 기업 지분 전체를 공동재산 취급하는 건 무리라는 시선이 있다. 반면 노 관장 측은 세 자녀 양육과 가사노동을 도맡아 최 회장이 경영에 전념하도록 내조한 기여도를 내세운다. 가정이 안정되어야 기업도 크는 법이라는 논리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주장이 있을 때마다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여러 자녀를 양육하며 가사노동을 하다가 이혼한 여성이 대한민국에서 노 관장 만은 아닐것이다. 그런 여성들 중 남편이 무능력하고 가난하여 변변한 위자료도 챙기지 못한 경우도 많을것이다. 그 여성들의 내조와 노 관장의 내조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노 관장의 내조는 SK라는 기업을 크게 성장시킬 만큼 압도적으로 훌륭했던 것일까? 오히려 노 관장에 비해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육아와 집안일 뿐 아니라 직장까지 다닌 여성들도 많이 있지 않을까? 그 여성들 중 하나가 만약 노소영 관장을 대신해 최 회장을 내조했다면 SK는 망했을까?
노 관장이 큰 돈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근거가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차라리 최태원 이라는 사람과 결혼한 자신의 선택이 너무 탁월했다는 논리라면 말이된다. 주식처럼 자신이 선택한 종목이 오르면 아무일 안했어도 큰 이익을 얻는 것처럼 말이다.
뭐, 이건 그저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이 대목에서 1심과 2심 법원의 판단은 극단적으로 갈렸다. 1심은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보아 현금 665억 원만 줄 것을 판결했다. 반면 2심은 노 관장의 손을 들어주며 무려 1조 3,808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책정했다. 주식이 분할 대상에 포함되느냐에 따라 판결 액수가 20배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3. 4배 뛴 SK 주가, 평가 시점 둘러싼 소리 없는 전쟁
이번 최태원 노소영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의 진짜 뇌뇌관은 주가다. 설령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문의 문구를 해석해 SK 주식을 분할 대상으로 본다 치더라도, 가액을 매기는 재산분할 기준 시점을 언제로 잡느냐에 따라 판이 완전히 뒤집힌다.
항소심 변론 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 기준으로 보면 당시 SK 주가는 16만 원 선이었다. 최 회장의 주식 가치도 2조 700억 원대로 평가됐다. 그런데 2026년 6월 현재 SK 주가는 60만 원을 훌쩍 넘겼다. 2년 새 주가가 약 4배나 폭등한 것이다.
만약 파기환송심 변론 종결일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최 회장의 지분 가치는 8조 원을 상회하게 된다. 분할 비율이 2심(35%)보다 대폭 낮아지더라도 주가 자체가 워낙 커져서 노 관장이 챙길 몫이 2심의 1조 3천억 원을 가볍게 웃돌 가능성이 생긴다. 주가 상승이 소송의 판돈을 키운 기묘한 형국이다.

4. 독이 된 비자금 카드와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딜레마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핵심 이유는 ‘노태우 비자금 300억 원’에 대한 법리적 해석 때문이었다. 항소심은 이 돈이 SK 성장의 종자돈이 되었다며 노 관장의 기여를 대폭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차가웠다. 비자금은 뇌물 등으로 조성된 불법 자금이다. 설령 기업에 흘러 들어갔다 하더라도 이를 민사상 재산분할 기여도로 인정해 며느리에게 챙겨줄 수는 없다는 취지다. 불법 도박 자금으로 번 돈을 법률상 재산분할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결과적으로 친정아버지가 준 비자금을 폭로한 카드가 노 관장에게는 독이 되었다는 평가가 많다. 선친의 불명예는 물론이고 SK그룹 이미지까지 실추시켰는데, 정작 법적 근거로서는 퇴출당했기 때문이다. 이제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비자금 기여도를 완전히 도려낸 상태에서 오직 개인 재산과 순수 내조 기여도만으로 새로운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5. 지배구조 카오스, 개미 투자자가 주시해야 할 관전 포인트
이 소송은 한 집안의 진흙탕 싸움을 넘어 대한민국 재계의 지각변동이 걸린 문제다. 만약 파기환송심 법원이 노 관장에게 현금이 아닌 주식 현물로 재산을 분할하라고 판결하거나, 조 단위 현금을 주느라 최 회장이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최 회장의 SK㈜ 지분율이 떨어지면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안정성이 통째로 흔들린다. 적대적 M&A 세력의 표적이 될 수도 있고 경영권 분쟁 찌라시가 돌며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탈 수도 있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마냥 팝콘만 먹으며 구경할 일이 아니다.
호화 변호인단을 꾸린 양측의 배팅은 오는 26일 변론 재개와 함께 극에 달할 전망이다. 노 관장이 소송대리인을 전관 출신으로 대거 교체하며 성공보수만 100억 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변호사업계의 추측도 들린다. 665억 원 이하로 깎으려는 자와 수천억 원 이상을 지켜내려는 자의 승부에서 최후의 수혜자가 누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참고 자료
- 연합뉴스 – 최태원·노소영 ‘세기의 재산분할’ 조정 무산…26일 변론 재개(종합)
- 서울경제 – 최태원·노소영, 2년여만에 법정 대면…조정 불성립
- 더팩트 – “빨리 끝내고 싶다” 했는데…최태원·노소영 재산분할 조정 불성립, 왜?
- 뉴스1 – 최태원-노소영, 오늘 법정 대면…’4배 뛴 SK주식’ 2차 조정 쟁점
- 펜앤드마이크 – 노소영 받을 돈, 665억원 이하? 665억과 1조3808억원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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