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이 늘어도 참사는 반복되는 기묘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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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법안이 시행 4년 차를 맞이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기소 건수는 시행 첫해 11건에서 지난해 97건으로 무려 9배 가까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법부의 처벌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해 보인다.
최근 부산 지역에서는 건설사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는 첫 사례가 나왔다.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화재 사고의 박순관 대표 역시 항소심에서 감형되기는 했으나 징역 4년의 실형이 선고되었다.

무적치트키 같은 명분속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처벌 기록의 이면을 들여다보자. 법정 구속과 실형 선고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대형 참사는 끊임없이 발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는 로켓 추진체 제조공정 설비 세척 중 폭발 사고로 5명이 사망하고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아워홈 용인 공장에서는 지난해 어묵 냉각기 끼임 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한 데 이어, 불과 1년 만에 동일한 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 끼임 사고가 발생해 하청 근로자가 심정지 상태로 이송됐다. 처벌의 강도가 강해졌음에도 현장의 위험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1. 서류에 갇힌 안전과 기소 폭발의 명암
소방청 통계를 보면 매년 평균 120명이 등산 중 사망한다. 만일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면 등산이나 수영같은 활동은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매일 교통사고가 나고 우리는 날마다 사망 뉴스를 접하지만 자동차 타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신의 생명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무한한 것으로 여기지는 않는다’고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간을 아끼기위해 무단횡단을 하는 것 처럼, 만에 하나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고에 주의하기 보다는 당장의 편리함과 효율을 선택한다. 그러한 인간 개인의 특성은 외면한 채 교통사고를 막지 못했다고 교통경찰을 처벌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논리는 현재 산업 현장과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 문제에 그대로 투영된다. 고용노동부의 상시 50인 이상 사업장 사망자 통계를 보면 법의 한계가 명확하다. 2021년 248명이었던 사망자는 법 시행 첫해인 2022년 256명으로 늘었고, 2023년 244명, 2024년 250명, 2025년 254명으로 감소 효과가 관찰되지 않는다. 경기 침체로 인한 가동률 저하를 고려하면 오히려 악화된 수치다.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에 의심이 드는 것은, 법안 자체의 모호성과 강력한 징벌적 성격 때문이다. 이는 기업의 자원이 엉뚱한 곳에 쓰여지게 만든다. 중처법 제4조는 경영자에게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을 요구하지만, 무엇이 실질적인 구축인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다.
결국 기업들은 대형 로펌에 값비싼 자문료를 지불하며 면책용 서류 작업을 완벽히 해두는 데 집중한다. 실제 사고를 막을 돈이 기업의 사법 리스크 관리비로 쪼개지면서 현장의 안전은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
“법의 취지는 왜곡되고 기업들은 실질적인 위험 제거보다 경영책임자의 면책을 위한 방안 마련에 더 신경쓰게 된다. 현장 안전에 쓰여야 할 예산이 사법 리스크 회피 비용으로 쓰이는 것은 명백히 엉뚱한 방향이다.”
–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2. 인간이 사라진 자리, 무인화 기술 경쟁의 서막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들은 아예 다른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죽거나 다칠 수 있는 ‘인간’ 자체를 위험 공정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안전관리 인력을 더 확충하고 교육을 강화하는 아날로그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위험한 작업 자체를 로봇과 인공지능(AI)이 대신 수행하는 위험공정 무인화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건설업계다. 건설 현장은 환경이 수시로 변해 자동화가 가장 어려운 분야로 꼽혔으나, 중처법 공포가 이를 현실로 앞당겼다. 현대건설은 고층 건물 외벽의 유리 패널을 시공하는 커튼월 설치 로봇을 도입했고, 현대엔지니어링은 도장 작업자가 직접 외벽에 매달리던 위험을 없앤 외벽도장로봇을 개발해 신기술 인증까지 받았다.
GS건설과 삼성물산 역시 AI 자율주행 로봇이나 자율주행 지게차를 현장에 실증하며 무인 공장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 기업명 | 도입 및 개발 기술 내용 | 기대 효과 (안전성 강화) |
|---|---|---|
| 현대건설 | 커튼월 설치 로봇, AI 영상 관제, 드론 | 고층 작업자 추락 사고 원천 차단 |
| 현대엔지니어링 | 외벽도장로봇 (건설신기술 인증) | 외벽 매달림 작업 무인화로 안전성 확보 |
| 현대엘리베이터 | 스마트 안전 시스템 (AI 비전, 바디캠) | 위험요인 사전 발굴, 중처법 SCC A등급 획득 |
| 삼성물산 | 자율주행 지게차, 철골 볼트 체결 로봇 | 반복 위험 공정의 인간 배제 및 자동화 |
제조 및 서비스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작업장에 AI 비전 플랫폼과 라이브 바디캠을 도입하는 등 현장 예방 프로세스를 고도화하여 중대재해처벌법 준수 인증 평가에서 기존 B등급에서 A등급으로 상향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위험 요인을 데이터로 축적하고 이를 AI로 통제하는 기술적 대안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3. 안전을 챙기면 교섭의 늪으로, 진퇴양난의 원청 기업
대기업들이 기술 투자를 늘리며 숨통을 틔우려 하지만, 법조계와 노동 현장의 법적 모순은 기업들을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고 있다. 최근 산업계의 가장 큰 논란은 노란봉투법 시행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발생한 ‘우측 깜빡이 켜고 좌회전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이다.
원청 기업이 하청 근로자의 산업 재해를 막기 위해 시설을 점검하고 안전 지시를 강화하면, 노동위원회는 이를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 행사’로 해석한다. 즉, 중처법을 지키려고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한 행동이 역설적으로 노란봉투법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결정적 덜미가 된다.
포스코의 경우 하청 산재 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 관리를 대폭 강화했다가, 경북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하청 노조의 직접 교섭 대상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안전 관리를 잘 한 댓가로 매년 수많은 하청 노조와 개별 단체교섭을 벌여야 하는 교섭의 늪에 빠졌다.

그렇다고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하거나 하청에 완전히 자율권을 주면, 사고 발생 시 꼼짝없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경영진이 구속된다. 안 지키면 교도소에 가고, 지키면 끝없는 노사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진퇴양난의 구조다.
이어지는 고무줄 판정에 경영계는 사법 리스크가 산업 전반을 짓누르고 있으며, 이로 인한 연간 경제적 손실이 10조 원에 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4. 규제 강행이 불러온 나비효과와 무너지는 공급망
자금과 인력이 풍부한 대기업은 로봇을 사고 법률 자문을 구하며 어떻게든 버틴다지만, 진짜 비극은 대한민국 경제의 모태가 되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구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의 정략적 판단으로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유예 조치가 끝내 무산되면서, 영세 현장은 공포와 자포자기 심정이 지배하고 있다. 경총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7%가 이 법에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사고 안 나려면 차 운행하지 말라는 소리냐”라며, 직원을 4인 이하로 줄여 아예 법망을 피하겠다는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다. 안전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만든 법이 일자리 자체를 소멸시키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미 예상되었던 일이다.
이 여파는 대기업의 공급망 관리 비상 구조로까지 번졌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부품 협력사들의 지분 구조와 승계 상황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했다. 과도한 상속세 부담에 중처법 리스크까지 겹치자, 자동차 산업의 뿌리가 되는 중소·중견 부품업체 대표들이 가업 승계를 포기하고 외국계 사모펀드에 회사를 매각하거나 아예 공장 문을 닫으려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단 하나의 미세한 부품만 공급되지 않아도 전체 생산라인이 멈추는 특성이 있다. 규제가 영세 기업을 옥죄자 대기업의 공급망 붕괴로 이어지는 거대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제조업자에게 과학 기술적 한계나 법령 준수 시 면책을 주는 제조물책임법과 같은 합리적인 면책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사후적인 최고경영자 처벌에만 함몰되어 있다. 진정으로 산재를 줄이고 싶다면 마녀사냥식 CEO 구속과 서류 작업 강요를 멈춰야 한다.
5. 탁상공론식 법제화와 실제 현장의 차이
필자는 고등학교 졸업 후 5년간 자동차 부품생산 공장에서 일했고, 대학 졸업 후에는 생산관리직으로 3년간 현장과 사무실을 오가며 많은 경험을 쌓았다.
흔히들 경영자가 생산성만 신경쓰고 노동자의 안전은 외면한다고 오해한다. 내가 만나본 크고 작은 기업들의 대표들은 나처럼 현장출신인 경우도 많았고, 사무실보다 현장을 훨씬 중요하게 여겼다. 대기업 대표들도 밖에서 보면 그냥 옆집 아저씨일 뿐이다. 자기 분야에 미친듯이 노력해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많은 세금을 내는 평범한 이웃일 뿐 악마가 아니다.
내가 공장을 처음 들어간 30년 전에도 안전교육과 안전관리가 수시로 이뤄졌다. 오히려 노동자들이 안전교육을 귀찮게 여기거나 졸기 일쑤였다. 내가 8년간 3곳의 회사에서 듣고 보고 겪으며 알게된 것은, 산업재해 90%는 노동자의 부주의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기계에 손이 들어가면 작동을 멈추는 센서가 있다. 기계 작동이 완전히 멈춘 후에 손을 넣어 자재를 교체하도록 되어 있지만, 기계가 완전히 멈추기 전에 손을 넣으면 몇 초 더 빠르게 할수 있다. 매일 이 작업을 하면 눈감고도 할만큼 긴장감이 사라진다. 어느새 작업자의 목표는 물건을 안전하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생산량을 채우고 쉬는것으로 바뀐다.
그래서 임의로 센서를 먹통으로 해놓고 기계가 움직이는데 손을 넣는 일을 반복한다. 관리자가 이를 알게되고, 안전교육이 강화되고, 기계가 완전히 멈추기 전에는 아예 문이 열리지 않도록 장비를 개선한다. 그래도 또 방법을 찾아내어 위험속으로 뛰어든다.
사람들은 ‘회사가 무리한 생산량 목표를 세워놓으니 그것을 맞추기위해서’ 라고 반박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작업자가 충분히 안전하고 여유있게 1시간을 작업할 때의 생산량을 측정한 후, 그 숫자의 70%를 시간당 생산량으로 설정한다. 그것도 작업자가 최종 동의해야 한다. 솔직히 이정도도 못채우면 미안할 정도의 할당량이다.
그런데 왜 굳이 자신의 안전을 담보로, 그것도 관리자의 눈을 피해 안전장치를 제거하는가. 당연히 대부분의 경우 성실하게 수칙을 지켜 일한다. 하지만 각종 술자리, 장례식, 집안문제 등의 이유로 그러지 못하는 날들이 반드시 발생한다. 회사는 그런 날은 차라리 월차를 쓰라고 권유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출근은 했어도 안좋은 컨디션으로 오전시간을 허비하면, 오후에 채워야 하는 작업량이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 때 안전보다는 효율을 선택하게 된다.

그래도 ‘본인 목숨이 달린 문제인데 설마 스스로 안전을 소홀히 하겠냐’고 묻는다. 21세기 산업현장에서 사람이 죽는게 말이 되냐고 외치는 이들은 보통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채 운전하다 사고가 나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하지만 매지 않는다. 이게 사람이다. 과속하다 사고나면 죽는다는걸 잘 알지만 과속한다. 헬멧 없이 바이크를 타는것은 어떤가. 이런 예는 끝도 없이 들 수 있다.
업종 불문 모든 산업현장에서는 사람이 죽는다. 사무실에서도 사람은 죽는다. 100% 무인화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사망 제로 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가가 아무리 도로를 정비하고 안전캠페인을 벌여도 교통사고는 나고 사람은 죽는다. 그게 무서워서 차를 안타고 걸어다녀도 죽는다.
이 명백한 진실을 외면한채 누군가를 악마화하고 책임을 뒤집어 씌워 처벌하는 방식으로는 산업재해를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법을 만들때는 반드시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인간 이해 없이 법을 만들면 명분에 집착한 실효성 없는 법이 만들어질 뿐이다.

사용자를 처벌하는 강력한 법이 생겨난지 4년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망 사고가 전혀 줄지 않는것은, 그것이 사용자측의 문제가 아님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물론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리고 안전을 가장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사측이다. 산업재해를 가장 원치않는 사람이 바로 회사의 대표다. 이를 이해하고 노사정이 함께 재해를 줄이고자 노력해야지 어느 한쪽을 악당으로 설정해 놓아서는 안된다.
노동자의 기여 과실도 정교하게 반영하고,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도 위험 설비를 바꿀 수 있도록 ‘예방 중심의 지원책’ 또한 절실하다. 현실을 모르는 과도한 처벌은 결국 노동자의 일터와 기업의 생존을 동시에 갉아먹을 뿐이다.
참고 자료
자주 묻는 질문 (FAQ)
하지만 민간기업 산재 사망에 대해서는 무려 ‘미필적 고의살인’ 이라며 경영자에게 철퇴를 내리고 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공무원 사망은 대통령이 책임져야 합니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겠죠.
A2. 기업도 책임을 다했고 노동자도 수칙을 잘 지켰음에도 사고가 났다면 그 죽음은 어쩔수 없다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노사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개선해야겠죠. 반드시 누군가를 처벌하겠다고 하면 회사는 사람을 뽑을 수가 없습니다. 궁극적으로는 100% 무인 자동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러면 일자리는 사라지겠지만 사람이 죽는 것 보다는 낫겠죠.
또는 모든 고위험 산업을 없애는 방법이 있습니다. 건설과 제조, 중화학공업 자체를 소멸시키는 것입니다. 반도체 공장에서도 백혈병으로 죽었다고했죠? 그럼 반도체 산업도 없애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은 죽을겁니다. 편의점에서도 사람은 죽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안전 조치를 충실히 이행한 원청은 수많은 하청 노조와 직접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되는 모순적인 딜레마를 뜻합니다. 외국 어떤 나라도 이런식으로 기업을 압박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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